커뮤니티

발달장애인의 기능 향상 및 행동문제 치료 전문기관입니다.

소식 및 보도자료

[의학칼럼] 우영우 신드롬 그 이후, 세계 자폐인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다 - 정승원 충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중부매일 2023.3.30 기사)

관리자 │ 2023-05-07

HIT

201


[정승원 충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매년 4월 2일은 '세계 자폐인의 날'이다. 자폐인들이 사회의 필수 구성원으로서 완전하고 의미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인식을 제고하고자 2007년 UN 총회에서 만장일치 결의로 선언된 날이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인식은 어디쯤 와 있을까? 작년 여름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동시에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려 자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 그러나 드라마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자폐인들 사이에서 장애에도 불구하고 특정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은 드물기 때문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 핵심 증상이 있다. 첫 번째는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결함이다. 영유아기에는 눈맞춤의 어려움, 호명에 대한 반응의 저하 등으로 나타나지만 나이가 들면서 비언어적 의사소통, 관계 유지의 어려움을 보인다. 두번째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흥미, 활동이다. 같은 동작, 말하기, 사소한 루틴을 반복하길 고집하고, 특정 물체나 주제에 과도하게 몰입한다. 어떤 학자들은 이런 증상들이 '경험에 기반한 예측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험을 통한 예측이 어렵다면 매일의 일상이 낯설고 불안하다. 그래서 사소한 루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불안해진다.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은 익숙한 반복을 통해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불안을 다루려는 시도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에서는 여러 단서들을 통해 타인의 마음이나 행동을 예측하고 그에 맞게 반응해야 한다. 자폐인의 관점에서는 큰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스스로를 타인으로부터 고립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예측한대로 세상을 변형시켜 지각한다. 반대로 예측이 어려운 자폐인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정확게 본다. 실제로 자폐인에게서는 착시 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자폐인들은 종종 특정 감각 자극을 마치 사진을 찍어 머릿속에 저장해두는 것처럼 아주 정확하게 지각하고 기억한다. 이렇게 보면 자폐인들이 보이는 특성은 '결함'보다는 나름의 장단점이 있는 '다름'에 가깝다. 많은 자폐인들이 도움 제공의 대상이지만, 이에 더하여 '다름'이 세상에 좋은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때, 상호 보완적인 동반자가 된다. 아인슈타인, 반 고흐 등 다수의 위인들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현재도 자폐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굵직한 업적들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다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자폐에 대한 이해 부족이 큰 사회적 장애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공적 시스템의도 지원 부족하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조기 진단 및 조기 개입이 매우 중요하지만, 소아 정신과에서 진단을 받으면 꾸준히 발생할 치료비를 실비보험, 사보험에서 보장을 못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녀의 정확한 진단은 피한 채 무조건 발달 치료만 시작하려는 보호자도 나타나는 아이러니한 상태가 발생한다. 정확한 진단 없는 치료이니, 많은 돈을 투자하여도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공적 시스템의 경제적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폐인들에게는 의료, 돌봄, 특수교육의 통합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조정되어야 할 이 세 축이 서로 단절되어있어, 한 대상을 세 명의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보지만 다른 쪽에서 봤을 땐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세 축들 사이의 조정 역할을 전문가가 아닌 부모가 오롯이 맡게 돼버린다. 따라서 통합적 지원체계의 마련이 절실하다. 이와 같이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인식 개선과 더불어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세계 자폐인의 날'의 취지대로 사회의 필수 구성원으로서 완전하고 의미있는 삶을 영위하는 자폐인들을 보며 뿌듯해 할 날이 성큼 다가올 것이라 기대한다.


출처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http://www.jbnews.com)
 


이전글 [보도자료] 충북발달센터, '2023년 발달장애인 행동지원컨설...
다음글 [보도자료] 충북대병원, '자폐인의 날' 맞아 발달장애인 미술...